교단 목회자가 되기까지

'부교역자로 산다는 것은...'

좀 과하게 표현하면 한국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산다는 것은 마치 하루살이 같다. 먼저 성직은 종교 직업이기에 근로자 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니 대부분 각 교회는 담임목사를 제외하곤 부교역자에게까지 4대 보험을 들어주지 않는 분위기다. 또 어느 교단의 경우엔 매년 사무총회를 통해 재신임받아야만 다음 연도에도 공식적인 사역 권한이 주어진다. 그러니 규정상 일 년 직은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거의 담임목사의 재량에 달렸기에 언제든 사역의 권한은 연중 어느 때라도 사라질 수 있다. 제왕적 리더십이 생기기에 딱 좋은 환경이지 않나 싶다. 물론 꼭 그렇게만 볼 건 아닌 게 때때로 골치 아픈 부교역자로 인해 목회를 잘 이끌어가는 담임목사의 리더십에 여러 방해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부교역자 이야기로 돌아가서, 교회는 종교단체다 보니 사역 시간(다르게 말하면 노동시간)에 비해 월 사례비가 매우 적은 편이다. 노동에 따른 계약적 임금이 아닌 근본 봉사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내 경우를 말하면, 하루 평균 12시간에서 많게는 17시간도 종종 사역했던 것 같다. 게다가 대형교회에서 사역할 때는 행사가 많다 보니 한 달 휴무일 중 절반은 교회 안팎의 다른 사역으로 좀처럼 편히 쉴 수가 없었다. 지방회 행사와 교회 행사, 게다가 장례까지 겹치면 그 주간 휴일은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다. 일 년 365일 중 공휴일과 휴가를 다 포함하더라도 320일 정도는 족히 교회 일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민주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교역자의 삶을 하루살이로 표현했으니 사례비 얘기도 잠깐 하겠다. 내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5년 첫 전임 사역을 했을 때 받은 월 사례비는 80만 원(17평의 사택과 관리비 일체 제공)이었다. 그리고 2009년 대형 교회로 임지를 옮겨 첫 전임전도사로 사역할 때는 130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이때는 교회 사택이 부족해 사택과 관리비 일체를 사역 기간 내내 제공하지는 않았다. 누군가 사역지를 옮기게 되면서 전임 교역자로 청빙된 순서에 따라 빈 사택에 들어가는 시스템이었다. 까닭에 사택에 들어가지 못하는 목회자는 보증금 2,000만 원은 지원 받았지만, 이 돈으로 수도권에서 집을 구하기란 만무했다. 그러니까 나머지는 본인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당시 내가 가진 돈을 전부 보태고도 턱없이 부족했는데, 주차비를 포함해 월세 45만 원을 매달 지출했으니, 130만 원 사례비에 월세와 십일조만 빼더라도 한 달 수입은 72만 원에 불과했다. 거기에 한 달 관리비까지 지출하고 나면 내 수중에는 60만 원도 채 남지 않았다. 학력으로 말하면 기본 석사까지 나온 목회자의 한 달 사례비가 이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요즘 젊은 목회자들은 주말 파트만 담당하는 교육 전도사로 사역하면서 주중에는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훨씬 속 편하고 수입도 더 많다고들 한다. 그러니 교회마다 교역자 구하기가 힘들고, 교역자들은 안전하게 자신을 맡길 교회가 없다고 서로 난리다.

 

그리고 1년간의 전임전도사 사역을 지나 목사 안수를 받아 부목사로 사역하면서는 월 165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교회는 건축 중이었고, 규모가 꽤 컸기에 모든 전임 사역자는 자차를 지입해 본인이 맡은 사역에 사용하는 것이 전임교역자의 조건이었다. 물론 차량에 들어가는 보험료, 수리비, 자동차세는 교회에서 전적으로 부담했지만, 행여 다른 교역자보다 월 유류비가 5-7만 원 이상 차이가 두 달 이상 지속하면 당장 재정 장로로부터 말이 나돌았다. 그리곤 그 부교역자는 담임목사나 사무장을 통해 조금은 경고성의 지적으로 듣곤 했다. 더구나 부교역자가 건축 계획이 있거나 건축 중인 교회로 임지를 옮기면 명목상 건축헌금을 강요받는다는 건 절대 예상에서 비껴가지 않는다. 그래서 난 2010년 전후(정확히 연도는 생각이 안 남) 건축헌금으로 1평 헌금을 드렸었다. 나뿐 아니라 전임사역자 전부가 말이다. 물론 이것은 교회 차원에서 건축헌금 운동을 하는 상황이었기에 영적 리더인 목회자는 당연히 본이 되어야 하며, 그것이 목회자다운 모습이라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들어야 했다. 과연 이런 것도 마음과 정성을 담은 진정성 있는 헌금으로 봐야 하는지 차치하고 말이다. 그때 한 평 헌금이 약 350만 원 정도였으니 월 사례비를 훌쩍 뛰어넘어 보너스 달 사례비는 고스란히 내놓아야 했다. 대체로 외벌이가 많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삶을 고려한다면 목회자로서 본이라든지 그것이 올바른 목회자라는 말은 종교적 압력을 가하기 위한 그럴싸한 포장지였다.

 

심지어 부교역자 아내가 다른 직업을 가진 것만으로도 믿음의 유무를 따지며 덤덤히 내려놔야 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한국교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한편에선 누굴 청빙 했는지 모를 만큼 목회자 가족에 대한 간섭이 심한 담임목사와 뭇 성도들을 늘 대면해야 하는 것이 한국교회의 부교역자들이다. 본인의 자녀가 국가 자격증이나 공무원 시험, 심지어 면접 보는 것까지 안수 기도나 중보 기도를 요청하면서 목회자 아내의 직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면서 믿음 유무를 이유 삼다니. 어불성설 내로남불이다.

 

이뿐일까? 이런 상황인데도 부목사로서 공식적인 사역을 위해 갖추어야 할 과정은 의사들 못지않다. 학부 4년과 신학대학원 3년을 마치고도 4년의 전임 사역을 하는 동안 전도사 시취를 받고, 목사 고시를 통과해야만 목사 안수 자격이 주어진다. 그리고 교단 연금 가입은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한 철칙이다. 예외로 교회 개척자의 경우 2년만 목회하면 목사 안수 자격이 주어지기도 했다.(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음)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11년을 잘 마쳐야 부목사로 사역할 수 있다. 물론 개척도 가능해 담임목사가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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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구 칼럼] 교단 목회자가 되기까지 - 교회네트워크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