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울산이 고향이다. 지금도 살고 있다. 다만 20대 시절 방송언론 공부와 취업으로 서울에서 7년을 살았다. 서울 살면서 놀란 사실은, 흔히 말하는 서울사람(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 중에 울산을 와본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혹이나 친척이 살고 있거나, 처가가 울산이 아니라면 별로 울산 갈 일이 없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울산은 오랜 시간 '공업도시', '산업수도'의 이미지가 강했다. 지금도 울산시 홈페이지에는 그런 면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 울산 동구의 현대중공업과 북구 현대자동차, 남구 여천동 SK에너지, S-오일 등의 대기업들이 상주해 있고, 거대한 규모의 석유화학단지와 울산 항만 등은 울산과 한국의 경제를 이끌고 있다.
인근에 부산과 경주에 비해 관광지로나 문화면에서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2010년 KTX 울산역이 개통되기 전에는 서울-울산 간 교통도 많이 불편했다.
또한 울산은 양산 통도사와 경주 불국사라는 큰 사찰들에 둘러싸여서 인지 도시의 심벌마크도 용이 여의주를 물고 나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철새와 연어가 돌아오는 생태 환경도시로 문화와 관광,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로 거듭나려 부단히 애쓰지만 쉽지가 않다.
그런데 오는 25일, 울산박물관에서 진행하는 '귀신날' 세시풍속 행사는 울산을 더 어둡고 침침한 도시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서양의 핼러윈 행사를 모방한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다. 정월대보름 다음 날인 정월 열엿샛날 귀신이 지상으로 내려온다고 생각해 '귀신날'이라고 하고, 귀신을 물리치는 의례나 놀이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귀신날은 뚜렷한 전거(典據)도 없고, 구전 자료로 유추할 뿐이라고 한다.
그런데 울산박물관이 이런 행사를 기획해 아이들이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귀신을 찾아 도장을 찍고, 귀신 복장으로 사진도 찍고, 도깨비 귀신 스크래치 등을 한다고 하는데 좀 더 창의적이고 다음세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음이 안타깝다. 오랫동안 울산의 대표 축제로 막대한 공공 재정을 투입해 진행했지만 시민 공감대 형성에 결국 실패하고 사라진 처용문화제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최근 울산시(시장 김두겸)에서 동구 대왕암 바닷속에 해상 불상(佛像)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연구용역 작업에 들어갔다. 울산 관광을 위해 이런 볼거리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무리한 사업으로 볼거리를 만들려다가 웃음거리, 조롱거리가 될 수도 있다.
불상이 바닷속에 들어가 있다가 일정한 시간에 떠오른 다고 하는데 바닷속 자연환경 오염은 자명한 일이며 막대한 제작 비용과 유지 관리비는 시민들의 세금일 것이다.
최근 보도에 울산시가 2억 2,200만 원의 재정을 투입해 장애인과 고령자 가구에 대한 맞춤형 집수리를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런 일에 더 많은 재정을 쏟아 정주인구(resident population)를 늘려 행복한 도시, 살고 싶은 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얻어내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줄어가는 인구를 늘리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아이디어는 울산12경을 비롯한 아름다운 자연과 선도하는 산업에서 나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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