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로잔대회는 1차 스위스 로잔(1974), 2차 필리핀 마닐라(1989), 3차 남아공 케이프타운(2010)에 이은 제4차 세계복음화 국제대회다. 로잔 운동의 태동과 역사 그리고 지난 복음주의 운동이 세계에 끼친 영향력을 보노라면 이번 대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것은 뜻깊고 감격스럽다. 하지만 매우 큰 대회여서인지 시작 전부터 대회에 대한 여러 기대와 우려를 비롯해 진행과 동시에 터진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이런 현상 때문에 충분 친 않겠지만, 한국교회 현장 목회자이면서 신학자로서 서울 선언문과 이번 대회에 대한 내 생각을 잠깐 나누려고 한다.
먼저 이번 서울 선언문은 총 7개 주제(복음, 성경, 교회, 인간, 제자도, 열방의 가족, 기술) 아래 25개 이슈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교회여,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나타내자!"(Let the Church Declare and Display Christ Together)라는 주제처럼 이번 대회의 초점은 '교회'다.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이 모인 성대한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위한 존재로서 교회의 본질적 정체성과 선교적 기능을 재고하면서 복음주의 운동의 전통적 선교 정신과 방향을 보다 확고히 하고자 교회라는 주제 앞뒤에 다른 주제들을 이은 것처럼 보인다. 선언문 서문에도 세계복음화에 대한 여섯 가지 시급성을 언급한다. 나열하면 ①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제자도의 효과적 양육의 어려움 ②선교대위임령(마 28:18-20)의 복음적·목회적 과업의 우선성 ③가정, 학교, 교회, 이웃, 시장에서 급진적 제자도로의 양육 실패 ④신실한 신앙 약화 ⑤교회 연합과 교제의 파괴 ⑥사회적 가치관과 복음의 왜곡에 대응할 지도자 구비의 실패다. 그래서 서문은 이번 로잔대회가 이전 문서들을 온전히 확언하고, 복음의 중심성(제1항)과 신실한 성경 읽기(제2항)에 대한 헌신 갱신을 통해 로잔 문서의 확고한 토대 위에서 세워졌음을 천명한다. 풀어 말하면 이번 대회의 방향은 '재고'와 '견고함'(보완된)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대회 진행과 동시에 많은 사람이 서울 선언문을 고리타분하게 느낀 것도 마치 8~90년대 교리서처럼 이미 학습·논의된 내용을 2024년 세계대회 선언문으로 내어놓고선 세계 선교의 현안과 거대 담론에 대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으니 퇴행과 빈약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터진 것이다. 특히 오래전부터 다른 일정을 뒤로하고 부푼 기대와 솟는 열정으로 타국까지 건너온 수많은 참석자에게 이번 선언문은 실망스러울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이번 로잔 4차 대회의 의도와 참석자들의 기대가 상충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마이클 오 총재를 비롯해 공동조직위원장인 이재훈 목사, 준비위원장 유기성 목사, 총무 문대원 목사 등 실무진을 중심으로 한 "대형 교회가 대형 교회했다."는 식의 풍자 같은 말도 들린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나는 (풍자가 아닌) '라이트가 라이트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나 싶다. 물론 그는 올해 3월 복음과 상황 400호에서 이번 대회 준비 과정에서 전혀 관여치 않았고,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로잔이 어디로 가는지 구체적으로 드릴 말이 없다고 했지만, 이후 이번 선언문을 정리하겠다는 공식 발표 뒤로는 그도 이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역사적으로 로잔 분위기 안에서 당연한 건지 모르겠지만 역시 서울 선언문에는 라이트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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