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농사에서는 탄저병으로 탄식하는 일은 없어야 하리라.'
'탄저병'이란 말을 처음 알게된 것은 중학교 때다. 도시의 중학교는 상업이나 공업을공부하지만 나의 모교인 남해의 해성중학교는 시골인 관계로 농업을 배웠다. 여학생들은 그 시간에 가사를 배우고, 농업에서는 여러가지 농사법이며 병충해, 나무종류, 가축키우기, 심지어 통조림 만들기, 단무지 만들기, 메주띄우기 등도 배웠는데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남학생들도 가사를 배웠다면 늙어서 아내를 돕기도 하고 잔소리를 덜 들었을텐데 싶다.
여하튼 농업을 배우다보니 탄저병이니 무름병이니 하는 이름을 알게되었는데 50년 넘게 잊었던 탄저병이 이제사 내삶에 소환될줄이야!
작년에는 고추를 많이 심어 올해까지도 김장을 담을수 있게 되어 올해는 좀 적게 심었다. 약간 긴 줄로 두 줄 심고, 세로로는 풋고추 먹으려고 오이고추를 한 줄 심었다. 실하게 자라더니 열매를 주렁주렁 맺었다. 옆집에서도 보고 부러워했다.
그런데 올여름에 비가 얼마나 많이 왔으며 날씨가 얼마나 더웠는가? 장마비가 지나가고 이어 태풍으로 비가 많이 왔는데 사흘쯤 지나자 아내가 고추에 탄저병이 생겼다는 것이다. 보니 흉한 반점이 고추 표면에 검게 타듯이 생겨 있었다. 다 따내 버려야 한다해서 그 크고 실한 처음 열매들을 다 따내니 마음이 쓰렸다.
남은 것들이라도 잘 키우자 하여 아내가 세번이나 살균제를 뿌렸어도 소용없이 새로 달리는 것도 모조리 탄저병이 걸려 갈색으로, 이어 희끄무레하게 타 들어가 어제는 전부 뽑아서 멀리 갔다 버렸다. 적게 심기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싹쓸이 할 줄은 몰랐기에 속상했다. 고추농사를 업으로 하시는 분들의 고추밭에 탄저병이 돌면 정말 큰일이겠다 싶다. 올해처럼 고온다습하면 탄저병 발생률이 높으니 비오기전날과 비온 다음날에 반드시 농약을 쳐야함을 알게 되었다.
탄저병(炭疽病)에 대해 알아보니 탄은 석탄, 목탄 할때의 탄으로 숯탄자를 쓰고 저는 낮을 또는 속 저를 쓴다. 속에서부터 타서 썩어가는 병이란건데 고추에만 있는게 아니라 사과, 복숭아, 포도, 가지, 수국에도 발생한다고 한다.
심지어 사람에게도 발생하는바 식물의 탄저병은 사람에게 옮기지 않고 해도 끼치지 않지만 탄저균이 사람에게 발생시 그 증상은 가슴통증, 호흡곤란, 피로, 열, 땀, 가려움 ,두통, 근육통이 생긴다고 한다. 과거 러시아군이 모르고 가축이 묻힌 땅에 참호를 파다가 탄저병에 걸렸다는 기록을 보았다. 그리고 탄저균이 만들어내는 독소는 치명적이어서 생화학 무기로 만들어졌다. 여차하면 북한이 무인기에 탄저균을 실어 남한으로 보낼 것이라는 말이 있는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썩어가는 탄저병에 대해 글을 쓰다보니 갈라디아서 6:8이 떠오른다.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은 것(탄저병이 든)을 거두고 성령을 위해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 혹 농사에서 탄저병으로 인해 탄식할지라도 인생농사에서는 탄저병으로 탄식하는 일은 없어야 하리라.
http://www.ccmm.news/news/articleView.html?idxno=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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