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하여 오신 인자 예수님
장대비 쏟아지는 거리를
흠뻑 젖은 체 비틀비틀 걷고 있었습니다
깡그리 거덜 났고 쫄딱 망해서
내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모두 다 내 곁을 떠났고 숨결 조차 버거워서
꼬억꺼억 울며 가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오더니 우산을 씌워주었습니다
불쌍해 보였나 봅니다
빗발은 더 굵고 거칠어졌는데
또 한 이가 내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산을 내던지고 함께 터벅터벅
비바람의 길을 걸어주었습니다
그런 사정 나도 안다 나도 당해 보았다는 거지요
그랬군요. 이 사람
짐승의 구유에 태어나서
가난한 목수댁 장남으로 뼈저린 가난 겪어봤고
기대감이 사라지자 모두
떠나 가 버리는 배신을 겪어본 사람
모함 당해서 사형 선고를 받았고
질척거리는 언덕길 넘어지며 갈 때,
당신의 형벌보다 외려 지렁이같은
인생들이 가련해서 울고 또 울었다는
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너희들 사정 내가 안다
목숨의 우여곡절 나도 겪어봤다
너만 아픈게 아니다 내가 더 아프다
우산을 씌워주는 동정이 아니라
눈 비 맞으며 같이 걸어가 주시는 우리 형님
체휼(體恤)하시려
이 세상에 임마누엘 하신 인자(人子),*
우리 예수님
다시 탄신일 맞이하며
온세상 아우들과 누이들이
엎드려 절 합니다
너무나 애리고 고맙고 넘 북받혀서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인자人子는 예수님께서 자신의 임무를 증명하실 때 스스로 사용하신 용어.
인자가 온 것은 읽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라 (눅19:10)
인자, 그 사람의 아들( the son of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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