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성탄절 시편] 그 사정 내가 안다 하시려고 / 이창희

by 교회네트워크신문 2022. 12. 22.

 임하여 오신 인자 예수님

(일러스트 김상식)

장대비 쏟아지는 거리를 

흠뻑 젖은 체 비틀비틀 걷고 있었습니다 

깡그리 거덜 났고 쫄딱 망해서 

내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모두 다 내 곁을 떠났고 숨결 조차 버거워서 

꼬억꺼억 울며 가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오더니 우산을 씌워주었습니다 

불쌍해 보였나 봅니다

 

빗발은 더 굵고 거칠어졌는데

또 한 이가 내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산을 내던지고 함께 터벅터벅 

비바람의 길을 걸어주었습니다 

그런 사정 나도 안다 나도 당해 보았다는 거지요

 

그랬군요. 이 사람

짐승의 구유에 태어나서 

가난한 목수댁 장남으로 뼈저린 가난 겪어봤고 

기대감이 사라지자 모두

떠나 가 버리는 배신을 겪어본 사람

모함 당해서 사형 선고를 받았고

질척거리는 언덕길 넘어지며 갈 때,

당신의 형벌보다 외려 지렁이같은

인생들이 가련해서 울고 또 울었다는 

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너희들 사정 내가 안다 

목숨의 우여곡절 나도 겪어봤다

너만 아픈게 아니다 내가 더 아프다

우산을 씌워주는 동정이 아니라

눈 비 맞으며 같이 걸어가 주시는 우리 형님

체휼(體恤)하시려

이 세상에 임마누엘 하신 인자(人子),* 

우리 예수님

 

다시 탄신일 맞이하며

온세상 아우들과 누이들이

엎드려 절 합니다

너무나 애리고 고맙고 넘 북받혀서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인자人子는 예수님께서 자신의 임무를 증명하실 때 스스로 사용하신 용어.

인자가 온 것은 읽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라 (눅19:10)

인자, 그 사람의 아들( the son of man)

시인 이창희 목사는 월간문학, 부산문화방송 신인상 수상 등단(1985년) 했다. 시집으로 외 2권이 있으며, 현재 '신기료의 집' 대표이며 우리들교회 원로목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