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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부활절 시편] 푸르게 파랗게 아프게 - 내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 이창희

by 교회네트워크신문 2022. 8. 31.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다시 태어나려는 자는
   자신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새는 신(神)에게로 날아간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김상식)

 

저기, 보리밭 잔물결
지지배배 노래하는 종달새
파랗게 푸르게 아프게
찰랑거리는 저것은
몇 알의 소망과 사랑이
깨지고 썩어져서 어우러진 봄입니다
 
나도 내 목숨 흙속에 묻으면
젖니가 돋아나듯 새생명 촉을 내고
햇보리처럼 푸른 모가지
뽑아올릴 수 있을까요
 
십자가 빨간 불빛이 오늘도
그대와 나 사이에 솟아나 있습니다
나를 살리려 자신을 찢어서 핏줄 물리고
너의 꿈이 되려고 부활한 당신,
그리하여 시들어가는 세상에 대해
희망이 된 교회입니다
 
부활절즈음,
웅크린 사람들에게 봄빛이 되려면,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것 같이
우리는 무엇을 깨트려야 하는 걸까요
 
교회가 교회당을 부셔버리고
목사가 죽고 장로가 죽고
권사가 죽고 너에 대해
내가 나를 죽이면,
 
지상의 교회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요
들새 몇 마리
하늘위로 날아올라
푸르게 파랗게 아프게
새봄을 찬미하는 것처럼,
 
시인 이창희 목사

*시인 이창희 목사는 월간문학, 부산MBC문화방송 신인상을 수상하며 정식 등단(1985년) 했다. 시집으로 <다시 별 그리기>, <고맙다> 외 2권이 있으며, 현재 '신기료의 집' 대표이며 우리들교회 원로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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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재경 교회기자 seiren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