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카페 2층 창밖으로 벚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테이블에 앉으면 나무에 걸터앉은 것 같다. 나무와 한 몸이 된 것만 같다. 길었던 여름 지나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벚나무 그늘이 벌써 시들기 시작하여 창가에 비스듬히 눕는다.
얼마 전 이 자리에서 우연히 동창 K를 만났다. 같은 울산에 산다는 것을 소문으로 들었는데, 단골 카페에서 만난 것이다. 40년 세월이 흘렀어도 어제 본 듯 금방 알아보았다. 그는 사별한 지 여섯 해가 지나가건만 아내를 못 잊어했다. 아무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소문에 듣자 하니 술로 아내 속을 몹시 끓여댔다. 그 바람에 속병이 난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도 있던데, 그리움이 갈수록 지극한지 속울음을 삼키는 모습이었다. 그럼 계속 아내 생각만 하며 살라고 버럭 농담을 던졌더니 “니나 잘 살아라.”라고 하는 바람에 속절없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K는 커피를 식은 숭늉 마시듯 하고 먼저 일어섰다. 또 볼 수 있으려나 했는데 소식이 없다.
뒷자리 유리막 너머에는 두 여인이 앉아있다. 먹구름이 그득한 얼굴들이다. 그러다 한 여인의 목소리에 비가 추적추적 섞이기 시작한다. 다른 한 여인도 이내 젖은 목소리가 된다. 카페엔 음악과 커피 향이 자욱하고 창밖 벚나무 가지는 바람에 흔들린다. 벌레한테 먹혀 구멍이 숭숭한 이파리들도 눈에 띈다.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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